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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경력 10단 주부라도 남편이 갑작스레 대여섯 명의 손님을 데리고 오면 당황해서 눈 흘기기 마련이다. 식구들 먹던 평범한 찬을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요리를 하자니 시간도 없다. 결국은 중국집이나 치킨집 전화번호를 찾게 된다. 하지만 김명익 선생은 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여유만만이다. 혼자 오기로 한 손님이 친구 한두 명을 더 데려오는 경우도 많고, 식사 전에 선생을 만나러 왔다가 차 향기에 취해 이래저래 남아 있는 손님도 있으니 끼니때마다 두셋은 기본, 많을 때는 대여섯 명의 손님을 맞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럴 때 선생은 그냥 활짝 웃으며 찻잔 몇 개 더 꺼내 보이차 한 잔씩 따라 주고, 손님들끼리 차를 마시며 대화의 꽃을 피우는 새 슬그머니 일어나 부엌으로 가 오늘은 무얼 만들까 재료를 점검한다.이윽고 선생이 쟁반에 재료를 담아 와 손님들 앞에서 파와 양파를 송송 썰고 냄비에 넣어 볶으며 덮밥을 만드는 동안, 손님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안부를 나누며 찻상 위 찐 땅콩을 하나 둘 까서 먹는다. 눈으로는 마술 같은 선생의 손놀림을 좇고 입으로는 향긋한 차와 찐 땅콩을 맛보노라면 어느새 덮밥 한 그릇이 뚝딱 완성되어 찻상에 놓인다. |
(우)이 집에 온 손님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나무 명패엔 ‘다로경권실(茶爐經卷室)’이란 글이 씌어져 있다. ‘찻물을 끓이는 화로와 경전(책)이 함께 있는 집’이란 뜻이다. |
1 땅콩 까 먹는 재미 선생은 땅콩을 한 봉지씩 압력밥솥에 쪄 두었다가 남들 과자 내듯 찻상에 올려둔다. 식사가 준비되길 기다리면서 땅콩을 까 먹는 재미가 쏠쏠해 손님들도 즐거워한다. 정원의 매화 가지를 꺾어다 꽂았더니 금세 꽃이 만개해 찻상에 봄이 가득이다. 2 누구나 포만감을 느끼는 선생의 요리 양파나 파가 싫다는 어린아이부터 입맛이 없다는 노신사까지, 처음에는 안 먹겠다던 손님들도 한 술 두 술 먹다 보면 금세 말끔히 그릇을 비워낸다. |
자연스레 옛얘기 풀어내는 보이차 한 잔과 낫토덮밥 선생이 상에 올린 것은 금방 지은 따뜻한 밥 위에 낫토를 올린 낫토덮밥. 낫토는 김명익 선생이 참 좋아하는 식재료다. 콩을 발효시킨 거라 몸에도 좋은데다 몇 가지 양념과 달걀을 넣어 밥 위에 얹으면 금세 덮밥으로 완성되니 급할 때 특히 요긴하다. 그래서 일본에 여행갈 때마다 낫토를 여러개 사오는 게 예사. 수십 년 전 일본서 유학하며 요리를 배울 때 질리도록 먹었던 낫토건만, 여전히 물리지 않고 새로운 것은 아마 발효 식품 특유의 은근한 풍미 때문이 아닐까. 덮밥 낼 때뿐만 아니라, 김명익 선생네는 끼니때마다 항상 밥을 새로 한다. 오가며 밥 한술 함께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찬밥이 남는 적이 없다. “나는 어느 지방 쌀이 맛있다고 일부러 골라서 사먹진 않아. 좋은 쌀로만 만들어야 훌륭한 요리가 나오면 그게 요린가. 아무 쌀로 지어도 맛있으면 되는 거지.” 그러나 미각 둔한 에디터마저 이 집에 올 때마다 평소와 달리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낼 만큼 신기하게도 밥맛이 좋아 이유가 자못 궁금했다. 또한 이 집을 드나드는 손님들도 한결같이 알고 싶어 하는 바, 결국 에디터가 몇 달 동안 선생을 졸라서 알아낸 비결을 공개한다. “쌀 20kg 한 포대를 사면 처음부터 찹쌀 반 되를 넣고 섞지. 그렇게 밥을 지으면 윤기가 흐르면서 쫀득한 느낌이 나거든.” |
1 “식사를 낼 때 덮밥뿐만 아니라 보이차를 함께 내곤 하지. 보이차는 밥 먹는 사이사이 아무 때나 마셔도 되니까 손님들도 물 대신 보이차를 즐기거든. 차를 마실 때마다 입 안이 환하게 개운해지니, 다시 떠넣는 밥 한술의 맛이 새롭게 느껴지지? 게다가 혀끝에 남아 있는 밥의 감칠맛 때문에 차맛도 더 순해지고.” 2 낫토덮밥은 레시피도 필요 없는 초간단 음식. 포장 낫토를 사면 겨자와 간장이 함께 들어 있는데, 낫토에 이것과 파, 마늘, 설탕 약간, 그리고 날달걀의 노른자만 넣은 다음 잘 섞는다. 이때 한쪽 방향으로 저어야 군내가 나지 않는다. 그다음 양념한 낫토를 밥 위에 얹고 잘게 썬 김과 고추냉이 약간을 얹으면 금세 낫토덮밥이 완성된다. |
무슨 고기냐고 다들 물어보는 담백 돼지고기덮밥 이 요리를 촬영하기 전, 김명익 선생이 소리 없이 자리를 떴다. 다시 돌아온 선생의 손에는 돼지고기가 담긴 봉지가 들려 있다. “덮밥용 돼지고기는 꼭 내가 직접 사러 가야 해. 써는 방법이 다르면 안 되거든.” 선홍빛을 띠고 종이장처럼 얇게 썰린 모양 때문에 에디터는 샤브샤브용 쇠고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돼지고기 목살이란다. 요리가 완성되고 나서 한술 맛보려는 에디터를 선생이 제지하며 생강초절임과 함께 먹어보라고 한다. “그냥 먹으면 밍밍할 수도 있지만, 생강초절임을 곁들이니 달라지지?” 과연 생강초절임의 산뜻한 향 때문에 고기의 담백한 맛이 강조되니, 참 놀랍다. 게다가 돼지고기에서 풍기기 쉬운 잡냄새 하나 없이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선생 댁을 찾은 손님들께 대접하니, 미각 예민한 부인네들도 “이거 쇠고기 아닌가?” 한다. 고기 써는 방법만 바꿨을 뿐인데! |
돼지 목살, 말린 표고버섯, 마늘 간 것과 어슷 썬 파, 두껍게 채 썬 양파를 준비한다. 양파의 양은 원하는 만큼 넣되, 많이 넣을수록 맛있다. 돼지 목살은 구입할 때 반드시 ‘샤브샤브용처럼 얇게 썰어달라’고 주문할 것. |
말린 표고버섯은 물에 잠깐 담가 두었다가 부드러워지면 채 썰어 준비한다. |
냄비에 머그컵으로 물 1컵, 정종 1/4컵, 설탕 1/5컵, 혼다시(일본 맛내기 가루)를 약간 넣은 다음 팔팔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끓기 시작하면 돼지고기와 버섯을 넣고 센 불로 볶는다. |
고기의 붉은 기가 가실 정도로 익으면 색깔을 내기 위해 간장을 취향껏 넣는다. |
마지막으로 양파를 넣고, 가쓰오부시와 시치미를 약간 넣는다. 시치미는 고춧가루, 후춧가루, 검은깨, 산초, 겨자, 대마씨, 진피가 들어 있는 조미료로, 마트에서 구할 수 있다. |
여기에 머그컵으로 끓는 물 1/2컵, 정종 1/4컵을 넣은 후 뚜껑을 덮고 10분간 더 끓인다. 먹기 전에 가쓰오부시와 어슷 썬 파를 얹고, 생강초절임을 함께 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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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회덮밥과 전혀 다른 맛 미역회 덮밥 에디터는 처음 가는 일식당이 못 미더울 때 주저 없이 회덮밥을 시키는 것이 버릇이다. 초고추장 맛이야 거기서 거기니, 회만 싱싱하다면 대한민국 어느 일식당에서건 낭패 보지 않는 메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미역회덮밥은 촬영 예정에 없던 요리다. 김명익 선생이 저녁 식사 전 촬영을 시작한 촬영팀에게 출출할 테니 먼저 요기를 하라며 회덮밥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에디터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일식당의 획일적인 초고추장 회덮밥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넣어 회를 무치는 선생의 손길과 미역, 미나리 등의 범상치 않은 재료를 보자, 다급하게 포토그래퍼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김명익 선생의 미역회덮밥은 회의 질감이 탱탱하게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미역 하나 더 넣었을 뿐인데, 마치 바닷가 어느 여염집에서 막 차려낸 듯 바다 본연의 야생의 맛이 물씬 느껴진다. |
1 사과와 배는 채 썰고, 상추와 물미역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숭어, 광어 등 원하는 생선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여기에 다진 마늘, 참기름, 송송 썬 파와 미나리를 적당량 넣어 잘 섞어준다. 2 밥 위에 상추와 물미역, 그리고 1에서 무쳐 놓은 회를 얹는다. 3 사과와 배 채 썬 것을 더 얹고, 지난달 복어 요리에서 만들었던 양념장을 부으면 완성된다. 복어 요리 양념장은 머그컵 분량으로 고추장 1컵, 식초 2/3컵, 설탕 2/3컵, 정종 1/5컵을 넣은 다음, 다진 마늘 1/2컵, 채 썬 파 1컵, 양파 1/2컵을 넣고 한 방향으로만 섞어 만든다. |
4 월까지만 먹는 진미 미역미나리무침 사실 미역 마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역국으로 미역을 맛볼 뿐이다. 김명익 선생이 안타까워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바다 냄새가 담뿍 밴 제철 물미역이 재래시장에 가면 한 묶음에 1000원밖에 안하는데 그걸 놓치고 제철 재료도 아닌 것을 비싼 값에 사먹고 있으니 말이다. 미역은 4월 중순이 지나면 줄기가 억세지기 때문에 이때가 지나면 몇 개월을 기다려 겨울이 다가와야 맛볼 수 있다. 그때까지는 말린 미역으로 대신해야 하니 미역이 맛있는 지금 마음껏 그 풍미를 즐기길. |
밥 숟가락으로 식초 2술, 설탕 1술, 간장 2술을 넣어 섞는다. |
물미역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1의 양념장에 넣고 무친다. 물미역이 연한 겨울에는 그대로 괜찮지만, 봄철에 먹을 때는 억센 줄기 부분을 미리 제거해야 먹기 좋다. |
송송 썬 파와 미나리, 잘게 다진 마늘을 적당량 넣고 한 번 더 무치면 완성된다. 물미역 대신 파래를 써도 괜찮다. | |
책소개
KBS 1TV '인간극장' 화제의 주인공 '풍류식객 김명익'의 감동적인 '차와 요리' 인생이 펼쳐진다!
차 전문가인 김명익의 차와 요리 인생을 담은 요리책. 저자는 자그마한 다실 하나를 꾸미는 일에서 시작해, 집의 벽을 허물고 작은 정원을 만들어 지인들을 초대해 손수 만든 집밥을 대접한다. 마당에 핀 꽃, 나무만큼이나 많은 차 그릇을 병풍삼아 앉아 차를 우리는 남자 김명익. 이 책은 그의 차와 음식을 부드럽고 재치있는 입담과 컬러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본문은 차 전문가인 그가 직접 중국 운남성을 돌며 보이차를 설명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 격식 있게 말차를 마시는 법 등 다도에 대한 기본 상식을 소개한다. 이어서 자연친화적으로 꾸민 집 이야기, 일년 사계절 아름답게 정원을 가꾸기 위해 그가 했던 노력들로 이어진다.
저자는 무곤약조림, 마카오식 즉석 삼겹살육포, 생표고구이 등 차와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소개한다. 또한, 입맛 없는 날, 간단한 삼각주먹밥 정식, 셀러리로 포인트를 준 국수장국,낫토 요리, 해산물 퍼레이드, 후식으로 끝내주는 코냑 수박화채 등 혼자 먹을 때도 맛깔스러운 음식과 손님 초대의 베테랑으로서 만족도 높은 손님상 차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체컬러.
저자소개
저자 소개> 김명익 구름처럼 유유자적 다닌다고 하여 호를 ‘운여(雲如)’라 하였다.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보이차를 마셔온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차가 생활의 일부분이던 사람이다. 차 전문가가 될 것은 예측하지 못했으나 차 좋아하시던 아버지와 할아버지 덕분에 100년이 넘은 찻주전자며 다구들이 소중한 보물처럼 그의 집 안을 채우고 있다. 친근하고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라 보이차 마실 때 격식을 차리려고 하면 차 선생인 본인이 먼저 손사래를 치며 농담을 던진다. 비슷한 연배의 다른 남자와 달리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못 말리는 취미여서 맛있다는 여느 음식점보다 못한 요리가 없고, 사람들에게 음식 해주기를 좋아해 찾아오는 이마다 한 끼는 먹고 가야 ‘용서’를 하는 별난 사람이다. 집 꾸미기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평범한 양옥을 전원주택처럼, 전원의 찻집처럼 바꿔놓고 산다. 손님이 하도 들락거려 행여 이 집이 찻집인지, 밥집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는데, 김명익의 집은 그냥 집으로 사는 100% 가정집이다. 젊은 시절 방황하는 자신을 구한 것은 하나님과 차라며, 두 가지 모두 전도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보이차 전문가다.
추천 사 마당에 핀 꽃, 나무만큼이나 많은 찻 그릇을 병풍 삼아 앉아 차를 우리기도 하고 사락사락 거품 내어 한 사발 내밀기도 하시는 차 권하는 남자 김명익. 자귀나무, 소나무, 대나무, 벚나무, 앵두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매화꽃, 큰 진달래, 초롱꽃, 매 발톱, 애기 똥풀, 방아 잎, 못 먹는 고사리, 내가 좋아하는 둥 굴레, 그리고 이끼… 마당에 모여 있는 꽃, 나무 이름 불러 보니 한 편의 꽃 시가 됩니다. 차 권하고, 꽃나무 심는 남자 김명익. 선생님, 굿모닝! - 한복 디자이너 효재
김명익 선생의 집을 방문할 때 특별함을 느낍니다. 손수 아기자기하게 꾸민 뜨락은 아름다운 수채화를 무색하게 하지요. 정성 어린 사랑으로 곱게 자라고 있는 온갖 녹색 생명들이 언제나 손님맞이 팡파르를 울립니다. 집안에는 전국 방방곡곡 심산유곡에서 찾아낸 보물들이 보는 이의 마음과 눈을 행복하게 합니다. 더불어 그분의 따뜻한 손길로 우린 보이 차를 마시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항상 손님을 맞음에 있어 천진하고 싱그러운 소년의 미소로 기뻐하는 김명익 선생의 전부를 이 한 권의 책만으로 보여주기에는 모자랄 것 같습니다. - 방송인, 목사 임동진
목차
목차 살펴보기
04 prologue 작은 소원 하나에서 시작된 일 10 여는 글 김명익의 집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170 내가 만난 김명익
첫 번째 이야기. 운남성으로 떠난 보이 차 기행 14 땅?바람?태양이 보이차를 만드는 곳, 운남에 갔습니다 16 풍류식객, 보이차 밭을 가다 18 관목과 교목의 차이를 차밭에서 배운다 20 찻잎이 보이차가 되기까지, 운남에서 만든 것만이 보이차다 24 보이차 분류의 기준, 숙차와 생차 25 보이차의 또 다른 분류 기준, 크기와 모양 26 운남의 찻집에서 주인장과 차를 마시다 29 몸에 좋은 보이차, 보이차를 구별하는 법 30 보이차를 마셔야 하는 이유 32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진짜 운남을 느끼다 39 김명익의 주변 이야기? 기내 다실
두 번째 이야기. 차를 가지고 놀다 42 잘 마시는 것이 다도의 시작입니다 44 나의 차 놀이법 1. 집에서도 쉽게 보이차를 마시는 법 48 나의 차 놀이법 2. 장난감보다 아기자기한 찻잔과 찻주전자를 모으다 64 나의 차 놀이법 3. 눈이 즐거우면 차가 더 향기롭다 72 나의 차 놀이법 4. 차와 먹는 음식, 다식을 즐겨야 진짜 풍류식객이다
세 번째 이야기. 만드는 재미가 있다! 1인 밥상과 일품 메뉴 80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요리하십시오 82 밑반찬으로 꾸민 소꿉장난 같은 1인상 84 입맛 없는 날, 간단한 삼각주먹밥 정식 86 셀러리로 포인트를 준 국수장국 88 유부는 싱싱해야 맛있다! 90 빠르고 든든한 비상용 메뉴, 낫토 요리 92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넉넉히 나누는 덮밥 96 싱겁게 간해 진하게 먹는 것이 굴이다 98 즉석에서 먹는 해산물 퍼레이드 102 만들기 쉽고 국물은 진한 매일 국 104 아무 데나 곁들이기 좋은 매일 반찬 107 후식으로 끝내주는 코냑 수박화채
네 번째 이야기. 초대 요리, 요리는 퍼포먼스다 110 사랑으로 한 요리는 무조건 맛있습니다 112 먹는 사람 앞에서 놀이하듯 만드는 요리 126 집 앞 마당에서 즐기는 소풍 도시락
130 김명익의 주변 이야기 ? 향신 채소 132 김명익의 주변 이야기 ? 기본양념 134 김명익의 주변 이야기 ? 조리 도구
다섯 번째 이야기. 자연과 만나는 집, 에코 인테리어 138 도심의 집도 자연을 담을 수 있습니다 140 마감재의 90%는 나무다 144 골동품 문살과 대청마루를 리폼하다 148 다다미와 한지가 어우러진 다실 풍경 158 정원이 있는 집은 숨을 쉰다
162 김명익의 주변 이야기 ? 다회 166 김명익의 주변 이야기 ? 도예가
166 요리 찾아보기 174 이 책에 도움을 주신 도예가와 도예공방
출판사 서평
김명익의 자연주의 서울 생활법! 도심에서 차와 풍류, 전원이 어우러진 삶을 산다
‘누가 살고 있을까?’ 서울 도심의 평범한 주택가, 담장을 없애고 잘 가꾼 정원을 드러내놓은 집이 있다.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는 이곳은 보이차 전문가 김명익 선생의 집이다. 세심하게 나무로 외관을 리모델링한 2층 양옥집, 봄이면 꽃이 만발하는 정원, 골목까지 새어 나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 그리고 차 향. 모두 김명익 선생에게서 나온 솜씨다. 나이 지긋한 어른이 젊은 사람 못지않은 감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어 나이를 불문하고 그의 집에 오는 이들은 모두 살림의 ‘한 수’, 인생의 ‘한 치’를 배워간다. 그의 바람은 한 가지에서 시작되었다. 다실(茶室) 하나 갖는 것. 사람들이 편히 집으로 찾아와 차 한 잔 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 작은 소원이었다. 다실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는 외관부터 바꿨다. 차 하는 사람이 시멘트에 쌓인 집에서 손님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정원의 시멘트를 깨뜨려 들어내고 흙을 바꾸고 나무를 심었고, 다실을 만들었다. 그가 말하는 차 마시는 법은 격식 없이 즐기는 것. 편하게 마시는 과정에서 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차를 마시는 것과 더불어 그의 집에 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식 솜씨다. 옛날에는 남자가 요리를 한다면 못마땅해 했을 텐데 그는 요리가 큰 취미인지라 음식을 남에게 맡기는 법이 없다. 음식 맛은 재료에 있다면서 제철에 난 재료만 쓰고, 전국 어디든 산지를 찾아가 구해온다. 신선한 맛을 위해 손님을 집에 앉혀놓고야 장을 봐서 요리를 하니 요리 자존심은 요리사 못지않다. 손님 치르는 법도 독특하다. 손님 앞에 차려지는 것은 진수성찬이 아니라 음식 재료와 칼, 도마, 휴대용 가스레인지다. 횟감을 썰어 초밥에 올리는 모든 과정이 여과 없이 손님 앞에서 이루어진다. 손님 앞에서 요리하는 것은 서로 대화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상태에서, 더 맛있을 때 손님의 입에 음식을 넣어줄 수 있어서란다. 나름의 ‘요리 퍼포먼스’가 이뤄진다. 이 책은 차 전문가인 그가 직접 중국 운남성을 돌며 보이차를 설명하는 과정으로 시작해 집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 격식 있게 말차를 마시는 법 등 다도에 대한 기본 상식을 소개한다. 그의 이야기는 자연친화적으로 꾸민 집 이야기, 일년 사계절 아름답게 정원을 가꾸기 위해 그가 했던 노력들로 이어진다. 또 손님 초대의 베테랑으로서 만족도 높은 손님상 차리는 법, 혼자 먹을 때도 맛깔스러운 음식 등이 소개된다.
책의 특징
1. 보이 차 권하는 남자의 차 생활백서 이 책은 보이 차 전문가인 김명익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책이다. 차를 하기 위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의 모양, 차를 잘 마시는 방법, 그리고 중국 현지에서 쓴 보이 차에 대한 기본 상식이 편안한 구성으로 담겨있다. 다른 사람에게 차를 전파하는 사람으로서 차를 편하게 즐기는 것이 첫 번째 요건이라고 생각해 차에 대한 내용을 쉽게 쓰고자 노력했다. 보이 차 끓이는 법, 찻주전자와 찻잔 다루는 법, 다화(茶花), 다식(茶食) 등의 이야기가 생활 속에 녹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차를 처음하는 사람도 편안하고 친근하게 차에 대해 다가설 수 있다.
2. 요리에 공식은 없고, 손맛은 있다! 김명익은 요리 연구가가 아니지만 매일 요리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그는 끼니때마다 재미나게 ‘요리 판’을 벌린다. 먹어보는 사람마다 어떻게 만드는 것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손맛으로는 정평이 나있다. 재료의 맛을 정확히 알고 그 맛을 해치지 않게 양념하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인데, 그 과정이 공식으로는 정확히 표현되지 않는다. 칼질도 듬성듬성 정교하지 않다. 그러나 입 안에서는 오히려 획일화되지 않은 입자들이 더 버라이어티 한 감촉을 준다.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서 요리하면 한 가지로 수십 가지의 요리를 배울 수 있다.
3. 서울에서 시골살기 전원생활이 좋다고 모두 서울을 떠날 수는 없다! 시골이 좋다면, 시골을 떼어다가 서울에 놓고 살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른 집처럼 시멘트 바닥이던 평범한 서울 집을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정원으로 꾸민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가 정원을 가꾸고 자랑하는 이유는 한 가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해서 따라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 봄이면 꽃피고, 여름이면 매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집, 가을이면 감나무에 주먹만 한 홍시가 주렁주렁 달리는 집. 서울 시내 모든 집이 나무 한그루씩 심는 그날까지, 그의 정원 자랑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