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넘어 운동으로, 몸·마음 가뿐하고 개운
한의원도 도입…방송사들도 검증 프로 방영
절은 스님이나 불자들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거나 수행을 위해 쓰는 방법입니다. 절 수행으로도 부릅니다. 하지만, 절을 하다 몸이 좋아지는 이들이 생기면서 절이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목 디스크에 두드러기, 결막염 등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청주 한살림 오상근 상무는 매주 목요일 저녁 조합원들과 절 운동을 합니다. 자신은 아침마다 108배를 3차례(324배)를 합니다. 지난해 9월부터 절 운동을 시작한 뒤 체중이 4㎏이 줄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가벼워졌다”고 했습니다. 오 상무가 절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0년입니다. 3년 정도 절을 하면서 몸은 날씬해지고 체력은 좋아졌으며 머리도 맑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 운동을 그만둔 뒤 몸이 조금씩 앓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동극(52) 급여조사실장은 절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뒤 절 운동 마니아가 됐습니다. 정 실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중요한 일마다 불려다녔습니다. 과로가 따라 다녔지요.
그 결과 2000년 11월 목디스크가 찾아와 큰 수술을 했습니다. 의사는 30여 가지의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정 실장은 누우면 마비가 와서 잠조차 제대로 못 자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수술을 선택했습니다. 병은 또 있었습니다.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눈은 결막염이 생겼고 실핏줄이 터져 늘 눈이 빨갰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전해준 절 운동 관련 책을 보고 절을 운동법으로 보급하고 있는 스님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 군자동 법왕정사의 청견 스님이지요. 정 실장은 스님을 찾아가 절을 배운 뒤 2002년부터 매일 108배 이상 절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알레르기 약을 끊었고, 퇴행성 질환도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22층의 집과 8층 사무실을 걸어 올라가도 숨조차 가쁘지 않다고 합니다. 요즈음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철인’으로 불립니다.
절 운동으로 당뇨병을 다스리는 이도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당뇨를 앓아온 유옥례(58)씨는 하루에 2~3시간가량 절을 하면서 혈당을 관리합니다. 밥을 먹은 뒤 절을 하면 혈당이 40~50가량 떨어진다고 합니다. 유씨는 최근 약도 끊었습니다.
환갑 나이에도 전문산악인들 뺨쳐
절이 어떤 이유로 사람들의 병을 고칠까요? 절 운동을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서울 삼성한의원 김창업 원장은 “절은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게 해주고 깊은 숨을 통해 횡격막을 움직여줌으로써 복강 운동을 도와 혈액순환을 도와준다”며 “올바른 방법으로 절을 하게 되면 건강 증진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임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처럼 절을 예찬하는 한의사들은 절이 동양의학에서 건강한 몸의 이상적인 상태를 뜻하는 수승화강(�w곽麾�)이 저절로 이뤄지게 한다고 말합니다. 수승화강은 신장의 물기운이 몸 뒤쪽의 경락인 독맥을 타고 올라가 머리는 시원하고, 심장의 불 기운은 몸 앞쪽의 임맥을 타고 내려와 손발이 따뜻한 상태를 뜻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의 하나로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과 다리는 따뜻하게 하라는 뜻의 두한족열(頭寒足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실제 <서울방송>에서 절 운동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체온을 측정한 결과 절을 한 사람의 경우 얼굴과 목 부위의 온도는 떨어졌지만 하체의 온도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슷한 실험 결과는 <한국방송>의 프로그램에도 방영됐습니다.
절 운동을 보급하고 있는 법왕정사 주지 청견 스님도 절을 통해 건강을 찾은 분입니다. 스님은 1980년대초 사고로 몸을 다쳐 누워서 지내다 절을 하면서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처음 주위 사람의 부축을 받아 3배를 겨우 할 정도였으나 차츰 몸이 좋아지면서 절 하는 횟수가 늘었고, 하루에 3천배씩 1000일을, 하루에 1만배씩 100일 절 수행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스님의 절은 700만배를 넘었고 요즈음도 하루에 108배를 3회 이상하며 한달에 한번은 신도들과 3천배를 올립니다. 건강요? 내년에 환갑을 맞지만 스님의 체력은 운동 선수를 능가합니다. 전문산악인들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뛰어서 오르내려도 숨조차 가쁘지 않다고 합니다. 잠도 하루에 2시간밖에 자지 않습니다.
“절을 하면 많은 땀이나 몸 안의 노폐물이 빠져나갈 뿐 아니라 깊은 호흡이 저절로 이뤄져 기혈순환이 촉진됨에 따라 몸이 건강하게 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척추측만증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의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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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보면 저절로? 잘못 하면 되레 탈
◈ 절 제대로 하는 법 절하는 법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하다 보면 절로 절로 알게 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절도 잘해야 도움이 됩니다. 잘못하면 관절에 탈이 납니다. 열이 머리로 치솟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연구된 절 운동법은 아직 없습니다. 체험과 결과로 알 수 있을 뿐이지요. 절 운동의 전문가인 서울 법왕정사 주지 청견 스님은 “절을 많이 하는 스님들 가운데도 몸에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며 “동작을 잘못하면 관절에 이상이 오거나 기운이 위로 떠올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합니다. 다음은 청견 스님이 보급하고 있는 절 운동법입니다. 스님은 절 운동은 호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도 <사진4>의 동작을 취할 때 휘파람을 불 듯이 숨을 내뱉는다는 것만 잊지 않고 숨을 쉬다 보면 다른 동작에서는 저절로 알맞은 호흡이 이뤄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사진1> 준비자세. 공손한 마음으로 다소곳이 서서 두 손을 심장 앞에 가지런히 모아 합장한다. 손가락은 모두 붙인다. 두 발은 붙이되, 발끝은 조금 벌려도 된다. 코, 합장한 손끝, 배꼽, 발뒤꿈치를 붙인 곳이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 <사진2> 몸을 수직으로 유지하면서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꿇는다. <사진2-1>처럼 엄지발가락은 붙이고 발뒤꿈치는 벌려 엉덩이를 그 사이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앉는다. 이때 새끼발가락이 꺾이면서 족태양방광경에 자극을 줘 수승화강을 돕는다.
<사진3>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손으로 바닥을 짚은 뒤 엉덩이를 들며 상체를 앞쪽으로 조금 기울여 손바닥과 팔이 직각이 되도록 한다. 두 손 사이의 간격은 머리가 들어갈 정도면 좋다. 이때 <사진3-1>꺾어 세워 앉았던 발을 풀어 왼발 끝을 오른발 끝 위에 올린다.
<사진4>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이마와 코끝이 바닥에 닿도록 하고 손바닥을 뒤집어 하늘을 향하게 한 뒤 귀 높이까지 들어올린다. 이때 팔꿈치는 바닥에 닿은 채로 있고 들어올린 손바닥은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한다. 이때 입으로 휘파람을 불 듯이 숨을 내쉰다.
<사진5> 엉덩이를 들면서 상체를 앞쪽으로 움직여 팔과 손바닥이 직각이 되도록 한다. 이때 발은 <사진5-1>처럼 엄지발가락을 붙이고 직각으로 꺾어 세운다.
<사진6> 상체를 일으키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처음 무릎을 꿇고 앉을 때처럼 엄지발가락은 붙이고 뒤꿈치를 벌린 뒤 그 사이에 엉덩이를 넣는다는 생각으로 앉으면 된다.
<사진7> 무릎을 펴며 기마자세로 일어나 두 손을 심장 앞에 합장하고 공손한 자세로 다소곳이 선다. 이때 엉덩이에 살짝 힘을 준다.
글·사진 권복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