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스크랩] 처음으로 차린 어머님 생신상

뚜띠55 2011. 1. 9. 17:05

눈도 엄청 오고 매서운 날씨도 계속 되고...

겨울다운 날씨를 제대로 경험하는 요즘입니다.

1월부터 같이 근무하는 교수 두명이 사직을 하는 바람에

당직일수가 두배로 늘어났답니다.

도저히 컴앞에 앉을 용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척 바쁜날들이 지속되네요.

 

오늘은 서론은 아주 짧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아마...제 포스팅중에 제일 길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스크롤의 압박도 있을것 같구요.

하지만 어느 사진, 어느 음식 하나 빼놓는게 아쉬워서

그냥 몽땅 올립니다.

 

오늘은 어머님 생신이랍니다.

몇일전 마눌님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에는 며느리의 솜씨가 아닌 제가 음식을 한번 차려본다고 했답니다.

아무래도 생신날 아들의 상차림보다는 며느리의 상차림이 잘 어울리는 지라

한번도 차려본 적이 없었답니다.

어머님이 주무시는 틈을 타서 제가....

밤 11시부터 시작된 음식 만들기는

병원에서 저를 부르는 콜 전화와 함께

수술도 중간에 하고...

이래저래 날꼬박 샌 하루네요.

하지만...어머님의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이리 피곤한줄 모르고 바로 포스팅올립니다.

그럼 제가 생전 처음으로 음식만들다가 날샌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처음으로 차린 어머님 생신상

 

1. 소갈비 아롱사태찜

소갈비 1kg, 아롱사태 600gm, 밤, 당근, 무

양념 : 홈메이드 맛간장 150cc, 양조간장 50cc, 물 40cc

 

>>아롱사태찜 레시피를 보려면 여기로<<

 

2. 해물잡채

기존의 잡채에 고기대신 오징어 두마리와 새우를 넣어주었습니다.

 

>>>잡채 레시피는 여기로<<<

 

3. 쇠고기 미역국

>>>미역국 레시피는 여기로<<<

 

4. 오븐 도미구이

재료

도미 두마리, 당근 한개, 양파 한개,로즈마리 3줄기, 레몬 한개,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5. 호박전과 새우전

 

6. 과일샐러드

각종 과일, 샐러리, 오이

소스재료 : 마요네즈 : 머스타드씨드 : 레몬즙 : 타바스코 소스 =4:2:1:1

 

7. 그밖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동치미, 총각김치, 명란젓

 

 

<오후 11시>

운동을 마치고 오면서 마트에 둘러 필요한 장을 보고 집에 옵니다.

예상대로 아들넘은 안방에서 뻗어있고 어머님은 주무십니다.

 

 

 

 

 

3시간전에 물에 담가 두었던 갈비와 사태를 점검합니다.

핏물이 잘 빠졌네요.

갈비찜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릴것 같으니 미리 만들어 두기로 합니다.

 

 

 

 

커다란 냄비에 양파를 깔고 갈비와 사태를 올립니다.

정육점 사장님이 특별히 주신 갈비라서 그런지

엄청 좋아보이네요.

바로 구워먹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분량의 양념을 넣고 쪼물딱 한번 해주고 불을 올립니다.

참기름 냄새가 고소한것이 이미 잔치는 시작되는것 같습니다.

 

 

 

 

갈비찜은 보통 살짝 데친후에 사용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냥 했습니다.

옛날 분들은 어쩌면 고기의 약간의 누린내를 더 좋아하시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입맛에 맞아버렸으니깐요.

고기특유의 맛과 씹히는 식감이 없다면

이미 고기는 고기가 아니라는 어머님의 철학이 떠오르네요.

 

 

 

 

 

50분정도 끓인 후에 야채를 투하합니다.

야채는 너무 끓이면 뭉글어 지기때문에

80퍼센트의 고기가 익은후에 약 30분간 약불로 졸여주면서 투하합니다.

마지막 사진은 후추를 갈아서 뿌려주었습니다.

 

 

 

 

 

한번 끓인 후에 아침에 20분정도 더 끓여서 내놓으면

금상 첨화죠.

고기가 너무 연한것이 어머님이 깜딱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오후 11시 50분>

고기가 익는 동안 잡채를 준비합니다.

잡채도 저녁에 준비하면 다음 날 아침에 딱 먹기 좋답니다.

늘 고기를 넣고 잡채를 만들었지만 오늘은 해물잡채입니다.

 

잡채 만드는 방법은 일반적인 잡채와 동일하며

고기대신 오징어와 새우를 넣어주었습니다.

 

올리브오일에 이태리 건고추를 3개 부셔서 향을 내준다음

해산물을 볶아주었어요.

센불에 확 볶아야 질겨지지 않는건..다아시는 센쑤라 패스합니다.

소금후추 살짝 간해주시고 잡채처럼 조물딱 해줍니다.

 

 

 

 

근사한 해물 잡채죠?

해물을 좋아하시는 어머님한테는 딱 안성맞춤이죠.

앞으로는 이렇게 해먹어야겠구나....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귀에 들립니다.

기분 최고죠~

 

 

 

 

 

<새벽 1시 20분>

오븐 트레이에 당근과 양파를 깔고

손질한 도미를 올립니다.

올리브오일로 샤워후에 소금 후추뿌려주시고

레몬즙을 확 뿌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랩으로 잘 싼후에 실온에서 숙성...

아침에 오븐에 돌릴겁니다.

 

 

 

 

다음날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약 20분간 돌렸습니다.

아침에 고소한 잔치집 냄새와 더불어 로즈마리의 신선한 향기는

감동을 충분히 전해주었죠.

레몬향이 그윽한 도미구이.

요건 애비솜씨냄새가 난다.....

흠냐..들켰습니다.~

 

 

 

 

냄새에 반해서 그러셨는제 제일먼저 젓가락이 가시더라구요.

역시 어른들은 생선이 입에 제일 맞나봅니다.

<새벽 1시 30분>

잠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전화기에서 불이 납니다.

분만실이건 응급실이건 난리가 났네요.

일단 모든것을 스톱하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잠시 새벽의 휴식을 수술과 함께 헌납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오전 6시 >

 집에 돌아와보니 결국 전은 마눌님이 부치고 있습니다.

물론 아침에는 마눌님이 대부분 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어제 저녁의 모든 공이 마눌님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라 조금 안타깝기는 하네요.

 

호박전과 새우전을 아주 먹음직 스럽게 부쳤습니다.

배고파서 몇개 실례를....

 

 

 

 

저는 샐러드를 후다닥 만듭니다.

집에있던 야채와 어제 장을 봐왔던 과일..

딸기, 감, 사과를 먹기 좋게 자르고

오이와 샐러리등도 같이 잘라줍니다.

그리고 분량의 소스를 만들어서 버무려주죠.

 

 

 

 

 

근사한 과일 샐러드 아닌가요?

마지막에는 파슬리를 다져서 넣어주는 깔끔한 쎈쑤~

 

마요네즈로만 버무린 샐러드는 느끼하답니다.

매콤하게 머스터드씨드도 넣어주고 저는 타바스코소스도 첨가..

그리고 레몬즙으로 마무리.

이거 먹으면 정말 쓰러집니다.

너무 많이 만들어서 오늘은 병원식구둘도 맛을 보여줄 예정이랍니다.

 

 

 

 

 

 

 

 

 

<아침 7시 30분>

마눌님이랑 상을 차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총각김치와 동치미도 올리고

명란젓에 참기름 살짝 올려서 올립니다.

이제 준비가 끝났네요.

 

 

 

 

 

 

지금 쓰고 보니 일주일치 분량입니다.

조금 읽기가 지루하실 것 같아서 재미있게 글을 쓰려고 하는데

넘 졸려서 안되네요.

그래도 요 포스팅은 오늘 올리려고 아주 작정을 했답니다.

 

상을 보시더니 어머님이 입이 벌어지십니다.

며늘아기 칭찬이 하늘을 찌르는 순간이죠.

제가 한것을 모르시는게 우습기도 하고

마눌님이 대신 칭찬을 받으니 그리 나쁜것은 아니네요.

 

오랫만에 음식을 두고 어머님의 평가도 이어집니다.

음식라고 해서 다같은 음식이 아니란다.

정말 정성이 가득담긴 음식이네.

살아 생전에 이런 식사를 먹게되어서 오늘은 너무 기쁘단다...

 

기쁘기도 하고 지금까지 못챙겨드린점이 반성도 되고

여러 감정이 겹치는 순간이네요.

 

 

그래도 따끈한 미역국이 최고죠.

한그릇 다 드셨답니다.

 

이제는 경조사중에 슬픈일이 더 많이 일어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살아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무슨 말인지는 잘 몰랐지만 조금씩은 알아가는 나이가되나봅니다

아직은 어머님한테 철부지 아들넘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잘할것을 다짐해봅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생신 축하드려요~

 

저는 졸려서...이만 당직실로 가야겠네요.

오타는 나중에 수정하는 훈훈함...

 

출처 : 아기받는 남자의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아기받는남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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